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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26 별빛물빛 콘서트 in 양평 <삼치와 이기리> 사소한 것이 노래가 되어 우리를 살게 한다

2026 별빛물빛 콘서트 in 양평

<삼치와 이기리>

사소한 것이 노래가 되어 우리를 살게 한다

 

이단비/ 무용전문작가·공연 대본작가

 

“포기는 말아요, 좌절 금지, 자 이제 해봐요.” 한 판에 삼천 원 짜리 계란에게는 무슨 힘이 있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래를 듣고 있자니 힘이 나고 위로가 된다. 집 안에서 혹은 집 밖에 한 발만 내딛어도 만나게 될 내 생활의 일부 같은 장면들. 그 장면 사이에서 반복되는 노래 가사는 배시시 웃음을 흘리게 하고 잔뜩 긴장한 마음을 풀어버린다. 자매 듀오 싱어송라이터 포크밴드 ‘삼치와 이기리’의 응원은 이런 식이다. 거창한 선언 없이 화려한 장치 없이, 생활 속에서 건져 올린 감정과 기억은 곡으로 엮어서 다시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온다. 한 판의 삼천 원짜리 계란처럼, 이들이 건네는 응원은 작고 가볍다. 그리고 엉뚱하다. 그 엉뚱함에 다시 일어서게 된다.

 

두 번째 곡 ‘가보자고로 4행시를 지어보겠습니다’에서도 그 방식은 그대로 이어진다. 말장난처럼 시작된 노래는 객석을 끌어들인다. 함께 ‘가보자고!’를 외치다가 어느새 우리는 인생에서 마주치는 무서운 벽 앞에서도 ‘쫄지않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삼치와 이기리’의 노래가 힘을 갖는 건, 이 노래들이 모두 그들 자신의 이야기에서 나왔기 때문이리라. <2026 별빛물빛 콘서트 in 양평>에서 만난 이 밴드의 노래들은 그렇게, ‘작은’ 우리를 단단하게, 위트있게, 그리고 용기있게 한 걸음 내딛도록 이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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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별빛물빛 콘서트 in 양평 3월 <삼치와 이기리> Ⓒ 양평문화재단

일상의 순간이 음표가 되기까지

 

삼치와 이기리는 인디 무대에서 꾸준히 자작곡을 발표하며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쌓아온 밴드다. 2012년 활동을 시작했지만, 2025년에 이르러서야 첫 정규앨범 ‘걸후드(Girl Hood)’를 발표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계란이 왔어요’를 비롯해 정규 1집 수록곡들을 중심으로, 그 곡들이 만들어진 이야기까지 함께 풀어냈다. 덕분에 관객들은 공연을 본다기보다 이 자매와 한참 수다를 나눈 것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삼치의 건반과 이기리의 보컬을 중심으로, 베이스(신원열), 트럼본(정혜원·정혜진), 드럼(김수준)이 더해져 소박한 노래에 풍성한 결을 입혔다.

 

인디씬(Independent Scene)의 음악은 대개 거창한 메시지보다 개인의 경험과 감정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완성된 이야기라기보다 아직 지나가고 있는 시간의 한 조각처럼 들릴 때가 많다. 노래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시작되고, 그래서 그 노래들은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되고, 듣는 이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사슴벌레’를 들어보라. 지하철에서 우연히 눈에 들어온 사슴벌레 한 마리가 노래가 되었다. 예술가에게는 어떤 작은 것도 결코 작지 않다. 그 사슴벌레를 통해 “어릴 땐 벌레가 징그럽지 않았고, 내일이 걱정되지 않았다”는 기억으로 단숨에 건너간다. 그 도약은 마치 어린 시절 동화 속에서 보았던 장면처럼 자연스럽다. 어느새 벌레는 벌레가 아니라 하나의 뮤즈로 움직이고 있다. 노래를 듣다 보면, 삶에 지쳐 작아졌던 자신 또한 그저 미미한 존재가 아니라 그럴싸한 존재로 다시 보인다. 벌레도 뮤즈가 되는데!

 

그렇게 그들의 노래에는 늘 구체적인 장면이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노래 못지않게 그 노래가 탄생한 배경과 상황을 들려주는 순간들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의 하루, 어떤 계절의 공기, 지나간 시간의 온도. 그 장면들이 살아 움직이며 부르는 이와 듣는 이의 기억이 맞닿고, 노래는 각자의 이야기가 된다. 가장 일상적인 언어로 이루어진 노래가 가장 직접적인 힘을 건넨다. 계란 한 판이, 사슴벌레 한 마리가 노래 안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60929571ca7b7.jpg2026 별빛물빛 콘서트 in 양평 3월 <삼치와 이기리> Ⓒ 양평문화재단

기억은 사랑으로, 노래로 남는다

 

예전에 한 방송 프로그램 출연자가 오래전에 언니와 함께 여행했던 적이 있었는데 여전히 그때 이야기로 ‘곰탕을 끓이며’ 낄낄거린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준 적이 있다. 그 장면을 보고 ‘저 집도 그러는구나’라며 동생과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도 오래전 여행지의 어느 저녁에 먹었던 올리브 한 접시를 갖고 지금까지도 이야기를 나눈다. 삼치와 이기리의 노래를 들으며 웃을 수 있었던 건, 추억이 주는 그런 따뜻함 때문일 것이다. 이번 콘서트에 함께 노래를 들어온 자매들이 있었다. 아마 그 관객들에게도 이 공연이 앞으로 오래오래 ‘곰탕 끓이는’ 이야기도 남지 않을까 싶다.

 

삼치와 이기리는 어느 집의 자매들이 그렇듯이 투덕거리고, 껴안고, 화내고, 웃고를 반복하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바꿔왔다. 시골에서 상경해 사당동 반지하 작은 방에서 서울 생활을 시작했던 그 둘의 이야기는 여전히 노래 안에 온기로 남아있다. 그 온기가 사랑으로 향한다. 슬픔은 없고 눈물도 없고 그래서 사랑만 있는, 결국 “없어요”로 시작해서 “있어요”로 끝나는 노래 ‘없어요’도, “지나온 모든 게 바람이 되어서 내 품에 안기어 말한다, 사랑한다고”라고 읊조리는 노래 ‘지나온’도 그렇다. 엄마에 대한 두 자매의 서로 다른 기억도 결국 ‘엄마는’이라는 노래 안에서 사랑으로 귀결되고, 할머니와 단둘이 끓여 먹었던, 지금은 먹을 수 없는 그 “후루룩 칼국수”도 ‘칼국수’라는 노래 안에서 사랑으로 기억되었다. 관객들은 함께 ‘후루룩 호로록’을 소리 내며 다같이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을 소환했다. 그리고 언젠가 지나갔을 사랑의 기억은 ‘견인지역’이라는 위트있는 노래 안에서 “언제나 내 곁에 함께 해준다면 벌금은 부과하지 않겠다”는 귀여운 으름장과 함께 나타났다.

 

기억이 노래가 되어 불리고, 노래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엮인다. 기억은 사랑이 아니라면 잊히는 것이 된다. 러시아의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Leo Tolstoy, 1828~1910)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남긴 질문처럼, 결국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사랑일지도 모른다. 이번 공연에서 삼치와 이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들을 꺼냈다. 그리고 모두가 잠든 밤, 혼자 외롭고 힘들 때 살아있는 것 자체로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고, 빛이라고 말한다. 계란 한 판으로 문을 연 콘서트는 ‘행복한 사람이에요’와 ‘바다 끝에서’로 이어지며, 결국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에게 충분한 이유라는 이야기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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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별빛물빛 콘서트 in 양평 3월 <삼치와 이기리> Ⓒ 양평문화재단


작은 방의 이야기는 시간의 다리 위에서 노래가 되었다

 

사람들에게는 종종 ‘가난하지만 부자’였던 시절이 있다. 이 자매 뮤지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사당동 반지하 그 작은 집에서 함께 눕고, 노래를 만들고 부르면서 언젠가 자신들의 노래를 들려줄 미래를 그렸을 것이다. 이제는 어떤 노래를 만들던 곳이 어느 초등학교 운동장이었는지 동네 공원이었는지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옥신각신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그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사람들이 노래에 감동을 받는 것은 때때로 노래가 갖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래 못지않게 노래 안에 담은 이 자매의 옛이야기가 어떤 흔적이 되었다. 작지만 소중한, 흐릿하지만 명확한 그 기억 속으로, 관객도 노래라는 터널을 통과해 거기에 머물렀다. 그렇게 사당동 반지하 작은 방은 이 세상 어느 방보다 커다란 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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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비

시사·교양·문화예술 프로그램 및 예술 다큐멘터리의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발레에 빠져 다양한 춤과 발레를 배워 오면서 예술 토크와 강연 진행, 발레와 현대무용 작품 창작 작업을 통해 무용전문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에 춤과 예술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예술책을 집필하면서 무대와 객석을 잇는다. 최근 출간한  <발레,무도에의 권유>가 교보문고 뉴앤핫, 세종도서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