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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2025 별빛물빛 콘서트 in 양평 <올해라는 여행, 길 위의 노래> 노래 안에 담긴 시간, 좋은 여행이었나요

2025 별빛물빛 콘서트 in 양평

송년 콘서트 하림과 패치워크로드 <올해라는 여행, 길 위의 노래>

노래 안에 담긴 시간, 좋은 여행이었나요


이단비/ 공연 대본작가·무용전문작가


 천상병 시인은 『귀천』에서 이 세상에서 살았던 순간들을 ‘아름다운 소풍’으로 기록했다. 가난 과 고난의 순간들을 살았던 시인이 소풍이라는 낙낙하고 단어로 그 사건들에 굴복하지 않고 시인답게 살아낼 수 있었을까. 우리는 무엇으로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기억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을까. 각자마다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는 영원불멸의 존재로 이곳에 있는 게 아니라 잠시 객처럼 머문다는 점은 동일하다. 시인이 시로 살아온 시간을 기억하고 삶을 하나의 소풍이라고 부른 것처럼, 여기 음악으로 한 해를 기억하며 삶을 여행이라고 노래하는 뮤지션들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씨어터양평 무대에 공연을 올리며 양평의 관객들과 호흡한 ‘2025 별빛 물빛 콘서트 in 양평’, 올해의 마지막 무대이자 한 해를 돌아보는 송년의 공연은 하림과 패치워크로드의 콘서트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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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별빛물빛 콘서트 in 양평 12월 송년 콘서트 <올해라는 여행, 길 위의 노래>  Ⓒ 양평문화재단



우리가 살아온 시간, 음악이 되다 


 ‘2025 별빛 물빛 콘서트 in 양평’은 올해 가족오페라로 시작해서 발레, 현대무용, 아카펠라, 국악, 탭댄스, 지브리콘서트와 블루스, 포크음악 등 다양한 예술의 세계를 작은 극장 안에 펼 치며 관객과 함께 울고 웃었다. 씨어터양평이라는 공간은 같은데 그 공간 안에 담긴 이야기가 달라지고, 그곳을 찾은 관객들이 보내는 반응이 쌓이며 그곳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서 하나 의 ‘장소성’을 갖는다. 한 달에 한 번, 총 12번의 무대에 이어 송년콘서트로 2025년의 마지막 토요일을 기록했다. ‘2025 별빛 물빛 콘서트 in 양평’에는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주로 왔었고, 자녀를 동반하고 함께 나들이 나온 이웃들도 많았는데 이번 송년콘서트에는 부부 동반의 관객 이 많았던 점이 눈에 띄었다. 싱어송라이터와 얼터너티브 포크 음악 밴드가 음악으로 손잡고 올 한 해를 일년 간의 여행으로 기억하며 노래로 풀어낸 자리. 마음에 닿는 노래가 흐를 때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무대로 향하고, 하림과 패치워크로드의 입담에 미소를 짓고, 어떤 노래는 함께 부르며 그 시간은 무르익어갔다.


 이번 공연에서는 <여기보다 어딘가에>, <출국>, <사랑이 다른 사람으로 잊혀가네>, <난치 병>, <위로> 등 멜로디와 함께 가사가 아름다운 하림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노래들이 2001년과 2004년 발매한 정규앨범에 수록돼 있는 곡들. 그런데 그 노래들은 시간을 훌쩍 건너뛰며 여전히 녹슬지 않은,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노래 안에 담긴 보편적 감정 에 대한 공감으로 사람들을 묶는다. 하림은 세계 여러 곳에서 민속음악과 악기들을 접해왔고 자신의 음악 안에 그것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에 밴드 패치워크로드와 합이 좋은 공연을 만들 어냈다. 실제로 다양한 민속악기들을 다룰 수 있는 것도 역사와 혼이 켜켜이 쌓여 이뤄진 민 족성이 그의 음악에 배어있는 것도 큰 특징이다. 


 패치워크로드는 이번 무대에서 아일랜드음악을 하는 밴드로 스스로를 소개했는데 하림은 2집 - 2 - 에서 아일랜드음악을 접목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접점을 읽게 된다. 패치워크로드는 아코디 온을 다루는 박혜리를 필두로 보컬 이정아의 맑은 목소리와 바이올린 윤종수, 베이스 이동준, 퍼커션 이찬희, 기타 장현호의 연주가 함께 하고 있다. 아일랜드음악, 아이리쉬음악은 포괄적 으로 켈틱음악이라고 부르는데 아일랜드나 영국 등 켈트민족들에게 내려온 음악을 뜻한다. 이 번 무대에서도 등장한 아코디언은 켈틱음악을 만드는 주요 악기이며, 휘슬, 만돌린, 백파이프 등은 켈틱음악을 이루는 악기들이다. 그래서 바이올린이나 기타, 드럼, 키보드 등 이번 무대에 서 아코디언과 함께 한 악기들의 조합은 패치워크로드가 추구하는 민속적 정서의 음악을 향한 다양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얼터너티브 포크’라고 부르는 것도 전통 민속 악기와 현대악기 의 조합 때문이다. 음악에서 ‘얼터너티브’란 말은 실험을 의미한다.


 이번 무대는 하림과 패치워크로드의 ‘역마살’이 음악으로 변주된 것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 다. 그렇게 길 위의 노래는 이곳의 노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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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별빛물빛 콘서트 in 양평 12월 송년 콘서트 <올해라는 여행, 길 위의 노래>  Ⓒ 양평문화재단



사계절을 기억하는 노래, 다시 꿈꾸며 사랑하며 살아간다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 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 가네.” <가벼운 출발>의 가사처럼 가뿐한 마음으로 음악의 산책길에 나선다. 설레는 시작의 봄에서 강렬한 여름으로, 그리고 감정이 깊어가는 가을과 지금 겨울까지, 이번 송년콘서트는 우리의 사계절을 되돌아보며 올 한 해 그 시간동안 무엇을 하며 어떤 생각을 하며 지냈는지 돌아보게 만들었다. 때로는 그때 무엇을 했는지 도통 생각나지 않는 우리의 짧은 기억력에 자 조 섞인 웃음을 던지며 훌쩍 어른이 되고, 조금씩 늙어가는 자신을 발견하며, 또 다음 한 해 는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을 다듬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하림과 패치워크로드의 음악 외에도 다른 뮤지션들의 음악도 함께 구성돼 있었다.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들으며 우리의 뜨거웠던 여름을 기억하고 저 노래를 부르던 시절도 마음속으로 소환했고,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들으며 ‘아픈 기억들을 가슴 속 에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를 찾으며 후회없이 사랑한’ 자신을 사랑하기로 다짐하기도 하고, <넌 할 수 있어>를 들으며 다시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빌리 조엘이 바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일하며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만든 곡 <피아노맨(Piano Man)>은 또 어떤가. “내가 젊었을 때는”이라는 말로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는 사람, 영화배우가 되고 싶었던 친구, 일하느라 아내를 맞이할 시간이 없었던 사람, 아마도 평생 해군에 복무할 것 같은 사람, 노래 안에 등장하는 여러 사람들의 서사 속에서 우리의 꿈을 돌아본다. 노래 속에는 바에 온 손님 들이 피아노맨에게 질문하는 가사가 들어있다. “당신은 왜 여기서 일하고 있는 거죠?”라고. 왜 우리는 여기에 있는 것일까. 꿈을 꼭 현실이 되어야만 의미가 있을까. 꿈이 현실이 되지 못해도 뭐 어떠랴. 우리는 ‘꿈꾸던 그것’이 아니라 ‘꿈꾸던 나’로 살아가는 것 아닐까. 


 “다 지난 일인데 누가 누굴 아프게 했건”, 공연 도중 노래 속 가사를 다시 한번 관객에게 들 려준다.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는 아팠던 기억이 지나고 다시 사랑할 수 있었던 우 리를 떠올리며 이제 아픈 일이 있더라도 또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노래를 이야기한 다. 하림과 패치워크로드는 이번 무대가 올해의 마지막 공연이라고 이야기하며 계획보다 더 많은 곡의 앙코르를 이어가며 아쉬움을 달랬다. 아마 관객들 중에 상당수도 이번 무대가 올해 의 마지막 공연 관람이었을 것이다. 서로가 아쉬운 마음에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다. 노래가 마지막 여운까지 공간 안에 남아 속삭이고, 그렇게 2025년의 마지막 토요일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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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별빛물빛 콘서트 in 양평 12월 송년 콘서트 <올해라는 여행, 길 위의 노래>  Ⓒ 양평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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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비

시사·교양·문화예술 프로그램 및 예술 다큐멘터리의 방송작가로 활동했다. 발레에 빠져 다양한 춤과 발레를 배워 오면서 예술 토크와 강연 진행, 발레와 현대무용 작품 창작 작업을 통해 무용전문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매체에 춤과 예술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예술책을 집필하면서 무대와 객석을 잇는다. 최근 출간한  <발레,무도에의 권유>가 교보문고 뉴앤핫, 세종도서로 선정됐다.